피하고 싶고 대화조차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그 분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그 분도 이 사회의 피해자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여자이기 때문에 당연했던 커피심부름,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 명절마다 겪는 시댁살이’ 이런 불평등과 불합리함 아래에 평생을 지나왔기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우리에게도 ‘제일 예쁜 니가 전무님 방에 먹을 것 가져다 드려, 그래도 여자는 결혼은 해야 해, 아무리 그래도 시댁에 인사는 가야지’ 라는 너를 위한 잔소리의 형태로 자기가 강요받아온 행동양식을 똑같이 강요한다.
우리세대에도 같은 피해가 돌아가길 바라는 심보에서 비롯된 악담인지 혹은 그렇게 행동해야 순탄하기 때문에 하는 조언인지 의도를 완벽히 알 수 없지만,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여자의 적은 여자” 라고 하거나, 차별에 저항하는 딸세대 여성들이 ‘여자가 더 하다’ 라는 말로 어머니 세대의 여성을 평면적으로 그저 똑같은 차별에 힘을 싣는 가해자로 만들어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기성세대의 여성들이 사회의 변화에 대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세대 여성들은 딸세대 여성들이 살던 시대보다 더 차별 받아왔고, 차별에 저항하는 사회적인 지지가 부족했다. 의식적인 노력자체가 어려운 사람, 피해자인줄도 모르는 피해자들일 수 있다.
그렇기에 엄마세대의 여성들의 “꼰대스러움” 을 욕하기보단, 딸세대의 여성과 엄마세대의 여성들이 터 넣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한다.
그렇게 됐을 때 자연스럽게 우리가 같은 차별의 피해자이고 이에 저항할 수 있음에 대한 유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