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ysootal
2019. 1. 18. 15:13
힘 빼고 살기에 대해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을 덕목으로 알고 이십년 넘게 살아온 사람에게 힘을 빼기란 힘을 주는 것 보다 더 어렵다.
언젠가 PT를 받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고 있다.
랫폴다운을 할 때 였나, 트레이너가 오른쪽 어깨에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간가며 큰 무게를 들수록 더욱 의식적으로 어깨에 힘을 빼려는 노력을 해야 운동하려는 부위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힘 빼는 것이 정말 온 힘을 줘서 무게를 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면 내가 힘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몸이 인지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회사생활이든, 인간관계든, 커리어, 연애든 다르지 않다.
내가 이렇게 해야하지 하는 방향성은 내 마음을 자꾸 나도 모르게 힘주고 있게 한다.
그러니 쉽게 피로해지고 외부의 자극에 유연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내 생각에 거슬리는, 내가 노력하고 있는 방향과 조금만 다른 의견을 맞닥뜨려도 쉽게 화가 나고 부정적이 된다.
지금도 쉽게 힘빼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나는 예의가 없고 도의가 없는 행동에 민감하다.
그래서 저사람은 대체 왜저럴까? 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
예를 들면 자기 기분대로 같은 사안을 놓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이라던지
(기분 좋을 땐 휴가 쓰라고 해놓고 갑자기 기분 안좋을 때 왜 그 때 휴가를 가냐고 뭐라고 하는),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 아들 딸 얘기를 직급이 낮은 팀원들에게 주구장창 해대는 팀장이라던지 말이다.
그럴 때마다 왜저럴까 진짜 짜증나긴 하지만 예전보다는 감정소모가 크진 않다.
그러니까 그런 행동을 할 때의 행동자체가 짜증나는 것이지 업무적인 얘기를 하는 것까지 다 아니꼽게 들리진 않더라. 이건 내가 의식적으로 그런 마음에 힘을 빼고 타자화하게되서 그런게 아닐까싶다.
(예전이었다면 팀장 꼴도 보기싫고, 하는 말마다 아니꼽게 들렸을거다)
쟤는 대체 왜 저럴까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고 어떻게 보면 그냥 무심하게 살아야 때로는 내가 행복하고 내가 운동해야할 부위가 단단해 지는 것이 아닐까싶다.
진지한척 하면서 쓰는 회사 고충 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