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봬도 5년차 이제는 6년차를 앞두고 있는 나름대로 중견사원이 되었다.
인턴이라는 햇병아리시절까지 포함하면 7년차라는 빼도박도 못하는 중간관리자이다.
매해를 거듭할수록 회사생활을 하면서 볼 수 있는 시야도 넓어지고 더불어 요령도 생기고,
일잘러에 대한 나만의 정의와 회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재조명해보게 된다.
그간 직장 내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 혹은 내 신상과 환경에의 변화, 그리고 주변인물의 이야기를 통한 간접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리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어 글로 써 내려보고자 한다.
나에게 직장이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직장생활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side hustle이 trend 라고 하고, 직장 외에서의 시간에 side project나 다른 소득을 얻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직장생활에서의 일들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거나, 혹은 다른 일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활동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 그 자체에서 성취감이나 만족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아무리 내가 취미생활이나 직장 외 활동에서 괄목할만한 성과 (예를 들면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세웠다거나, 체지방률을 어느수준까지만들었다거나, 아니면 글을 잘쎠서 파워블로거가 된다거나) 를 내더라도, 회사에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내 존재 자체의 쓸모에 대해 생각할 정도로 우울해진다.
이 부분을 깨닫는 것을 쉽지 않다. 왜냐면 회사나 팀을 옮길 기회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회사셩활을 하고있기에, 갑자기 잘하던 사람이 성과를 내지못하는 상황에 놓일 확률 그리고 그 반대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나는 어쩌보니 벌써 4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고, 2번째 회사는 업의 특수성을 인해 특정학문을 전공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성과를 내는 직원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알량한 자존심 (일잘러가 되고 싶다는)과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이 불분명함이 주는 욕구불만은 다른 어떤 과외활동으로도 충족되기 어려웠다.
(이 때 나는 직장에서의 불만족 때문인지 운동도 여행도 맛집도 참 많이도 다녔었다.)
반면에 직장생활에 돈버는 수단 외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다. 동료에게 피해주지 않을만큼 일하고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하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고 의미를 두는 사람도 많다.
즉, 직장인들은 나에게 직장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곰곰히 고찰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것에 따라 어떻게 직장생활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전자의 사람들은 후자의 사람들을 한량이라고 할 수도 있고 후자의 사람은 전자의 사람을 일중독자 혹은 회사가 밥먹여주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니까.
어떤 상황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위의 가치관과 연관되는 질문이다.
특히나 직장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면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주제이다.
이 부분도 깨닫기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다양한 회사의 환경을 경험해보는 것이지만, 대부분 팀조차도 바꾸기 어렵기 떄문이다.
다행히도 자의적으로 다양한 업무 환경 (물리적, 정서적) 을 경험해보았고 나는 이런 상황에서 잘하고 잘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환경 :토론과 협업이 활발하되 의견에 대한 비판대신 수용이 가능한 곳 (비판이나 업무 미루기를 위한 회의가 아닌 생산적인 회의),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곳, 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곳
내가 피해야 할 업무환경 : 회의가 없는 곳 (only mail communication) , 단방향 소통 (위-아래) 으로 bottom-up의 의견 제시가 어려운 곳, B2B solution이 Product 인 곳 , 구성원들 간에 너무 경쟁적인 곳
내가 견딜 수 있는 환경 : 야근, 업무가 많은 것
즉, 나는 확실히 개인주의에 대한 포용력이 넓은 회사, 그렇기에 내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나 자리가 많은 곳, 그리고 B2C product 에서 더 성과를 잘 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원하는 환경은 너무 긍정적이고 피하고 싶은 환경은 부정적인 환경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회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오히려 수직적인 조직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며, 회식과 집단의 소속감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어떤 사람은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퇴근이 빠르고 외근이 많은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람마다 이부분도 다르기 때문에 다음 이직을 위해서든 조직 변경을 위해서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을 잘 하려면
일잘러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내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실무진단에서의 능력은 이해력 – (비즈니스를 포괄적으로 이해) 실행력 ,논리력
이 세가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잘러가 가질 수 있는 속성에 사회적인 설득능력, 발표능력, 보고서를 만드는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들어갈 수 있지만 내 기준의 일잘러는 이해력, 실행력, 논리력을 갖춘 사람이다.
이해력은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지만 어떤 업무가 주어졌을 때, 그 업무를 왜 하는지(비즈니스 배경 및 맥락 파악)와 그 업무를 하기 위해 필요한 task들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업무자체를 단편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자기의 업무에 타부서나 타업무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고려하지 못한다.또,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업무를 하는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디테일한 실행방안이나 미세한 수정사항이 발생할 때 묘하게 핵심과 어긋나게 된다.
실행력
업무를 얼마나 빨리, 어떻게 실행할지 생각해내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다.이를 위해서는 task를 break down 하여 timeline을 정하고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는 분석력과
세부적을 실행에 옮겨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실행력이 없다면 아이디어만 있고 결과물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거나, 업무속도가 느리다는 소리를 듣는다.
논리력
개인적으로는 이해력과 비슷하게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사소한 것이더라도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그래서 내가 데이터분석 (혹은 Business Analyst) 일을 즐겼는지 모르겠다.논리력은 결국 설득력과도 연결되며, 이는 대 고객 messaging 을 기획할 때도 어떤 기획안을 낼 때도 내 기획안과 업무의 타당성을 뒷받참할 때 필수적인 능력이다.
이렇게 몇 가지 기준점을 세워 놓는다면 현재 내가 모자란 역량에 더 신경 써가며 일잘러와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
쉽지 않지만 회사에 감정 떼놓고 다니는 것이 제일 속이 편하다.
회사와 그리고 업무에 그리고 회사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감정을 두다 보면 좋은 순간을 너무 좋지만, 업무자체가 주는 스트레스에 가중되어 감정적으로 힘들어지게 된다.
최대한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당연히 어렵지만) 지내는 것이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쉽지 않다. 특히 이미 팀원들과 가깝고 회사에 감정적으로 엮여있을수록 더 어렵다.
또 회사에 감정적인 의미부여를 많이 할수록 불평도 불만도 그만큼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집에 와도 그 감정의 영향범위 안에 있게 된다.
즉,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 다른 일상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진다.
특히 ‘사람’에 있어서는 더더욱 감정을 의식적으로 놓고 다니려고 하는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는 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일이야 내가 애정을 품어도 내가 좀 더 노력하거나 열심히 하면 10을 노력하면 0.1 정도는 개선이 된다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노력으로 개선되는 것이 더욱 어렵다.
물론 나도 사람 때문에 기분나빠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좀 더 감정을 떼 놓고 보니 예전에 동기들과 그렇게 상사를 욕할 때만큼 너무 싫어지지도 않더라. 참 신기한 일이다.
특정한 카테고리도 없고 주제도 없어 6년차 되기 전에 쓰는 5년간 체득한 회사생활 가이드라고 써본다.
또 언제 바뀔지는 모르지만.